'유기농인삼 선언/농민을 주인으로 만드는 유기농'에 해당되는 글 1

  1. 2012.03.02 농민을 주인으로 만드는 유기농

 

농업 또는 농사의 주인은 누구인가? 누구이어야 하는가? 당연히 농업과 농사의 주체는 농업인이다.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주인’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대상을 책임감을 가지고 이끌어가는 존재이고, 물건의 소유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주인은 모든 것에 있어서 권리와 의무를 가지고 위험을 무릅쓰며 의사 결정을 하게 된다.

  80년대 농과대학에서 농업경영을 배울 때 농업인은 만물박사라고 하시던 교수님 말씀이 생각난다. 키우는 작물에 대해서는 물론, 기상, 경영, 고용 등 모든 것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렇다면 과연 지금도 우리 농업인이 농자재와 농지, 그리고 본인들의 생산물에 대해 책임을 지고, 이들에 대한 의사결정권을 행사하는 진정한 소유자인가? 또한 CEO로서 충분한 정보와 지식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판단하며, 책임감을 가지고 경영을 하는 주체적인 농업경영자인지 고민이 될 때가 적지 않다.

  농업인은 작물이나 가축을 기르면서 비료를 포함한 많은 자재를 사용하게 된다. 이를 사용하면서 언제, 무엇을 얼마나 사용해야 하는지 많은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과거와 달리 요즘은 소요되는 많은 농자재를 외부에서 구입한다. 직접 만들 수 있는 퇴비마저도 대부분 구입해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무엇을 얼마나 사용할지는 농자재 판매처 등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의존하는 정도가 크다. 본인이 직접 자재를 만들어 쓰지도 않고, 사용하는 양과 방법에 대해서도 농업인이 주체가 되어 결정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땅은 어떠한가? 지금 같은 방식으로 농경지를 운영한다면 앞으로 몇 세대가 지나도 우리가 물려받았을 때와 같은 상태의 건전한 땅을 물려줄 수 있을까? 화학비료가 과다 투입되면 표층 토양은 물론 지하수와 하천도 오염될 텐데.... 당장 농촌으로 가 보면 20-30년 전의 하천은 찾아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외부에서 조달한 자원을 과다하게 투입하여 땅과 하천을 건전하게 유지하지 못하는 것은 땅의 주인으로서 책임과 권한을 제대로 행사한다고 볼 수 없다. 많은 농산물의 가공과 유통에 대한 권한도 유통업체에 넘겨준 지 오래다. 특히 부가가치 창출에서 가공과 유통이 차지하는 비율이 90% 이상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고, 대형유통업체 위주의 유통구조에서 농업인이 권한을 행사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우리가 어떤 일을 직업으로 갖는 것은 돈을 버는 것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얻는 보람 또한 큰 행복임을 누구나 알고 있다. 그동안 농업인이 도시 근로자보다 소득이 낮아도 나름 보람이 있었던 것은 땅의 주인으로서 권한을 행사해 왔기 때문이 아닐까? 또한 생명을 키우는 일은 기계적인 일보다 행복감을 더 준다. 계절마다, 달마다, 매일 또는 매시간 일이 단순 반복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바뀌기 때문에 일은 더 흥미롭기도 하다. 어떤 이는 농업은 지적인 일이라고 주장했다. 단순한 기계적 반복이 아니라 복잡한 자연시스템을 가진 농장은 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지적인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행농업에서는 이러한 지적 노력이 덜하고, 외부에 의존하는 정도가 크다. 정부나 연구소, 농자재나 품종개발 업체에 지적 노력을 맡겨 놓고는 그들이 말하는대로 화학물질과 기계로 문제를 해결하기 일수다.

  과연 현대 농업의 주인은 누구인가?

  다시 우리 농업인이 진정한 주인이 되는 길은 유기농을 하는 것이다. 땅, 농자재, 생산물에 대한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이 유기농이다. 왜냐하면 모든 일을 농업인이 주도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것이 유기농이기 때문이다. 또한 생명 존중을 내세우는 유기농은 보다 일이 더 즐거울 수 있다.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 박기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