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인삼 선언/사람의 일생, 인삼의 일생'에 해당되는 글 1

  1. 2012.03.02 사람의 일생, 인삼의 일생

 

인삼 종자 하나가 싹이 터서 홍삼이 되기까지 일생을 살아가는 한 세월은 우리 인간의 삶 특히 우리 민족의 삶과도 유달리 아주 많게 닮아 있는 듯하다. 인삼이 천년이 넘는 세월을 우리 민족과 함께해서 일까? 우리 민족이 효능을 알고 나서 지금까지 줄곧 이용해온 가장 대표적인 약용 식물이 인삼이다. 그래서인지 인삼의 일생과 우리의 일생을 대비해보는 것은 참으로 재미있는 발상으로 보인다. 우리가 건강하게 살면서 보통 직장 생활을 마무리하는 시기가 60살이고, 인삼이 일반적으로 사람의 도움을 적게 받으면서 건강하게 자라는 것이 4년생까지라고 할 수 있다.


10세까지의 아이와 금방 수확한 인삼 종자

  우리가 태어나면 엄마 품에서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하며 자라는 것이 10살 전후까지로 보인다. 엄마 품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시기이고 육체적·정신적으로 부모와 사회의 보호 속에서 양육되는 시기이다. 이와 비슷하게, 인삼은 7월 하순에 종자가 익으면 자연상태에서는 토양에 떨어져 흙속에 묻혀서 흙속의 수분으로 몸을 촉촉하게 유지한다. 인위적으로는 모래와 섞여서 서늘한 곳에서 가을에 파종할 때까지 공급되는 수분으로 몸에 수분을 유지하면서 지낸다. 흙과 사람의 보살핌 속에 있는 것이다. 이 과정을 개갑이라고 하는데, 딱딱한 종자 껍질을 약간 벌어지게 만드는 씨눈틔우기 작업이다. 생리적으로 보면 종자는 이 시기에 성숙하게 되어 가을에 파종할 수 있게 된다.


청소년기의 아이와 인삼종자의 휴면

  아이가 10살이 넘어서면 엄마의 간섭을 싫어하고 독립적으로 행동하며 고민하고 방황하면서 성숙해간다. 이 시기가 아이에게는 역경의 시기이기도 해서, 깊이 고민하면서 역경을 극복해야 성숙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다. 인삼의 경우에도, 개갑한 종자를 가을에 파종한다고 해서 바로 싹이 트지는 않는다. 바로 싹이 트면 겨울동안 얼어 죽을 것이다. 그래서 인삼 종자는 겨울의 혹독한 추위를 지나고 봄에서야 싹이 튼다. 이것을 휴면타파라고 하는데, 휴면이란 종자 개갑후 발아하기 위해 일정기간 저온기간을 거치는 현상을 말하고, 휴면타파는 저온으로 이 휴면현상을 없애서 종자가 봄에 싹이 틀 수 있게 하는 조치이다. 이런 겨울의 추운 온도를 거치지 않도록 따뜻한 곳에 보관하면 종자는 봄에 싹을 틔울 수 없다. 청소년기를 고민 없이 보낸 청년이 잘 자랐다고 할 수 없듯이 말이다.


청년기의 20대와 1년생 인삼

  20대가 된 청년은 대학교나 사회로 진출하여 성인으로서 청년기를 보내게 된다. 사회인으로서의 신출내기인 것이다. 건강한 몸과 자신감으로 가득찬 이 청년은 호기있게 세상과 맞설 것이다. 실패도 경험하겠지만 이 시기에 축적된 경험은 그 뒤의 사회생활에 밑거름이 된다. 개갑과 휴면타파 과정을 거친 인삼 종자는 밭에서 4월 봄에 싹이 트는데 이때 두 개의 떡잎이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본잎이 나온다. 이렇게 어린 상태에서 초여름이 지나고 장마기를 거쳐서 가을까지 이르는데, 봄에는 한창 자라고 있는 시기여서 병이 잘 걸리지 않다가 다 자란 7월 이후에는 더운 날씨와 약해지는 몸 상태가 겹쳐서 병이 발생하기도 한다. 물론 병이 발생한다고 해서 인삼이 다 죽지는 않는다. 다만 낙엽이 일찍 될 뿐이다. 대부분의 인삼은 가을에 줄기와 잎이 시들고 내년 봄을 기다린다. 첫 시련을 이겨내는 것이다. 20대를 잘 겪어낸 청년은 이제 정신적·육체적으로 밑천이 두둑하듯이


30대의 사람과 2년생 인삼

  30대가 된 청년은 결혼을 하기도 하고,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면서 가정과 사회에서 아직까지는 의무보다 권한을 더 주장하는 시기이고, 스스로 자리를 찾아서 일도 열심히 하게 된다. 2년생이 된 인삼은 봄에 여지없이 새싹을 틔운다. 다만 지난해에 잘 자라지 못하고 잎이 일찍 시든 개체는 싹이 연약하게 나온다. 인삼이 연약하게 자라는지 건강하게 자랄지는 심겨진 토양 조건이 주로 좌우한다. 양분을 과다하게 가지고 있지 않고, 바람이 잘 통하고, 물이 잘 빠지는 흙에서는 대체로 건강하게 자란다. 환경이 좋은 봄에는 잘 자라면서 지내다가 더운 여름에 고생을 좀 하고 다시 가을을 맞이한다. 여름을 잘 넘긴 잎들은 인삼 뿌리를 더 굵게 만든 후 다시 시든다. 사람도 마찬가지로 30대에 배울 곳이 많은 좋은 환경의 직장에서는 자기를 더욱 성장시키듯이.


불혹의 40대와 3년생 인삼

  40대에 접어든 인생은 불혹이라고 했지만 신체가 건강한 요즘의 40대는 권리보다 의무를 더 짊어지고 가정과 사회를 위해서 한창 일하고, 또 자기계발을 위해서도 시간을 내어야 하는 2중 부담을 가지고 지내는 시기이다. 또 한편으로는 일로 자신을 혹사한 40대, 특히 우리나라의 40대 직장인은 건강에 대한 위험 신호를 많이 경험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3년째에 접어든 인삼은 뿌리가 40g 전후의 굵기로 자라는데, 3년생도 2년생과 비슷한 과정을 거치지만 일부 인삼은 종자를 한두 개 맺기도 한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종자를 맺는 4년생이 되기 위해 뿌리를 열심히 키우는 해이다. 이때 잘 자란 인삼만이 내년에 충실한 종자를 맺을 수 있게 된다. 이 시기에 기반을 잘 닦은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부모 봉양과 자식 양육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듯이.


퇴직을 생각하는 50대 인생과 종자를 맺는 4년생 인삼

  50대에 접어든 일반적인 직장인은 퇴직 후도 걱정이 되지만 우선 마주하고 있는 일과 가사에 집중하면서 아들딸 교육에 돈도 많이 들어가고 딸은 가급적 퇴직 전에 결혼하기를 희망하는 시기이다. 그래야 부모로서 역할을 다 했다고 느끼는 우리이다. 드디어 4년생 인삼이 되는 봄에는 잎이 왕성하게 펼쳐지고 6월에 꽃이 피고 수정을 하여 열매를 맺기 시작한다. 대체로 빨간색 종자가 열리지만 금풍 등의 품종은 노란색 종자를 맺기도 한다. 7월 하순에는 한 뿌리당 10개 이상의 종자가 익어서 인삼 농사를 짓는 사람은 이때 종자를 주로 수확한다. 5년생 이상에서도 종자를 수확하지만 4년생 종자가 가장 개갑이 잘 된다고 하여 선호한다. 또 인삼은 4년생부터 본격적으로 수확을 하게 되는데, 4년생 가을에 수확을 하게 되면 인삼의 일생은 마감하게 된다. 물론 6년근 재배가 많이 있고, 산삼은 100년까지도 자란다고 하지만, 생리적으로 보면 4년생까지가 사람의 도움이 많이 없이도 인삼이 건강하게 잘 자라니까. 50대까지 건실하게 산 사람은 자신의 정신적·육체적 건강도 유지하고 후대에 대한 의무도 마쳐가는 시기이듯이.


  삼국시대 이전부터 우리 민족과 함께 해온 인삼, 그 삶이 우리네 삶과 닮아있는 듯한 모습이 너무나도 경이롭지 않은가? 천년이 넘는 세월동안 함께하면서 한민족과 인삼이 서로 동화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인삼은 우리의 건강에 보탬이 되도록 노력해서 인간이 인삼을 계속 번식시켜 보존하도록 유도해왔는지도 모른다. 얼마나 탁월한 선택인가? 호랑이와 개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인간의 보호를 받은 개는 엄청난 종족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호랑이의 개체수는 동물원에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던가?

- 박기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