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인삼 선언/이웃이 경쟁자가 아닌 친구가 되는 '유기농''에 해당되는 글 1

  1. 2012.03.02 이웃이 경쟁자가 아닌 친구가 되는 '유기농'

 

유기농은 내 몸에 좋은 식품을 나만, 또는 우리 가족만 먹자는 주의가 아니다. 그 속에는 동시대의 우리만이 아니라 후세대를 포함한 우리가 함께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건강하게 살자는 이 시대에 딱 어울리는 이데올로기이다.

  지금까지 농업인이 소득을 높이고 일정한 수입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은 생산량을 높이는 것이었다. 농산물 가격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도 생산량 증가가 유일한 방법이었다. 농가가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년 일정량의 현금 자금이 필요하다. 따라서 농산물 가격이 떨어지면 수지를 맞추는 유일한 방법은 더 많은 농산물을 파는 일밖에 없었다. 생산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더 많은 비료를 투입하고, 그러면 병해충은 더 심해지고, 병해충을 막기 위해서는 더 많은 농약을 살포하고, 그렇게 되면 결국 토질은 저하되고 생산비용은 높아지는 악순환이 초래된다. 게다가 각각의 농업인이 생산하는 농산물의 양이 많아지면 가격은 더 내려가고 또 다시 과잉생산의 악순환이 이어지게 된다. 토질과 환경이 나빠지니 농업인 스스로 느끼는 자부심과 도시 소비자들의 농업인에 대한 인식은 또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는 나도 알고 너도 아는 상황이다.


 가족농 위주의 영농 경영체는 일반 회사와는 달리, 자유시장의 원리가 적용되기 매우 힘들다. 생산물의 가격이 떨어지면, 회사는 직원을 해고하고 공장을 쉬게 해서 제품을 덜 생산하면 된다. 그러면 시장은 수요와 공급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을 찾게 된다. 하지만 농산물은 싸다고 더 먹거나 비싸다고 덜 먹게 되는 탄력성이 매우 적다. 또 가격이 낮아도 공급량이 바로 감소하지 않는다. 본인의 농지를 놀리기도 힘들고, 누군가 그 농지를 떠나도 다른 사람이 대체하게 되니까 말이다. 결국 농산물 가격은 떨어져도 농지는 쉬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 왜 심던 작물만 계속 심느냐고 또 더 비싼 작물을 심지 않는냐고 농업인을 질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많은 작물 중에서 왜 그것만 심느냐고 말이다. 선택의 폭이 넓어 보이지만 실제 자세히 들여 다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마늘을 심고 있는데, 마늘 값이 폭락한다고 가을에 양파, 호밀, 보리, 유채를 심어보려고 해도 마늘 대신 양파 재배가 늘어나서 양파 값이 폭락하는 것을 보면 결코 작물을 바꾼 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호밀, 유채, 보리 등의 시장은 매우 작아서 시작하기도 어렵다. 이러한 현실에서 농업인은 다른 지역의 농산물이 흉작이 들기를 바라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전체 물가 조절과 경제 상황 판단이 필요한 정부 입장에서는 농업인이 원하는 농산물 가격을 인위적으로 유지할 수도 없고, 개별 농가들에 대하여 생산량을 통제하기도 힘들다. 또 정책 입안에서는 이해 당사간 의견 조율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쪽 의견만 들을 수도 없다. 또 개인 농가의 입장에서는 힘이 없는 농업인의 의사 반영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농업인인 함께 살아갈 길은 수량을 높여서 일정 소득 수준을 유지하려고 하기보다는 생산물의 품질로 가격을 더 받도록 노력해야 이웃 농업인과 함께 살아남을 수 있다. 생산물의 자체 품질을 높임과 동시에 환경을 보호하는 가치로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길 중의 대표적인 것이 유기농이다. 물론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유기농도 산업화되어 유기농의 진정한 가치가 회손되어 유기농을 넘어서는 초유기농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인삼과 같이 유기농 도입이 초기에 있는 작물에서는 유기농의 진정한 가치를 실현하는 진짜 유기농의 정착이 인삼이 살고 인삼을 재배·가공·유통하는 모든 사람이 살 수 있는 길이다. 유기농 인삼으로 나도 살고 너도 살고.

- 박기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