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에는 돌과 모래도 있지만 주로 지름이 0.002 mm이하인 아주 작은 알맹이가 대부분이다. 황토 흙가루를 만졌을 때 부드러운 촉감의 가루가 바로 이 흙 알맹이다.


  하나의 작은 흙 알맹이는 여러 층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그 층 사이에 양분과 물이 들어가고 미생물이 살 수 있는 환경이 된다.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공간의 위치에 따라 환경이 엄청나게 다르기 때문에 매우 다양한 미생물이 살고 있다. 식물이 자라는 땅의 정상적인 흙에서는 양·수분을 보관하고 있다가 식물이 필요로 할 때 내어주고, 필요없을 때에는 간직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흙에서 살고 있는 다양한 미생물들은 유기물을 분해하여 식물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옛날에는 인위적으로 양분을 공급하거나 과잉공급될 염려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막대한 양의 곡물이 수입되고 산업기술의 발달로 질소 등의 화학비료를 무한대로 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 인간이 원하면 얼마든지 흙에 양분을 공급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인간과 동물의 배설물은 식물의 양분 공급을 위해서 또는 처분하기 위해서 흙에 들어가고 있다. 사람이 과식한 것처럼 흙이 양분을 과식한 상태이다


  식물이 자라나기 위해서는 햇빛이나 물과 같은 자연 조건 외에 많은 양분을 흙에서 흡수한다. 인간은 더욱 많은 생산을 위해서 필요이상의 양분을 흙에 공급하고, 과잉 공급된 양분은 식물이 과잉 섭취하게 된다. 스스로 제 몸을 단단하게 키울 새도 없이 주는 대로 과식한 식물은 연약하게 자란다.


  건강하게 자라지 못한 농산물은 소비자가 외면하게 되고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불신이 쌓이게 한다. 또한 흙은 과잉 섭취한 양분을 품고 있지 못하고 개울과 강에 내보내어 물을 오염시키고, 지하수도 오염시켜 청색증 같은 병을 일으키는 등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천진난만하게 물장구치며 놀던 개울과 강, 맨발로 뛰어놀던 흙은 우리의 어린 시절 추억 속에서나 들춰볼 수 있는 것이 될지도 모른다. 이런 환경 속에서 우리의 정서는 점점 메말라갈 것이다. 흙을 과식하게 한 인간의 행동은 흙 그 자체를 못살게 할뿐만 아니라 결국엔 우리 몸과 마음을 상하게 하고 인간관계를 상하게 한다.


  최근 푸른농촌 희망찾기 운동을 통해 농촌의 자연환경을 보존하고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자원순환 및 친환경 안전성 확보 기술을 개발하는 등 농업을 통한 녹색성장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인간과 자연생태계의 균형을 잡아주는 주춧돌이자 생명과 환경의 중심인 흙은 농업의 녹색성장 실현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이다.


  흙은 바로 내 이웃이고, 먹고 숨쉬는 살아있는 생명체이며, 유한한 자원이다. 우리가 앞으로도 흙을 계속 이용하려면 사랑하는 자식을 과식시키지 않듯 흙도 과식하지 않도록 해줘야 한다. 어린아이를 보듬는 부모의 손길로 흙을 돌보고, 애정 어린 눈길로 보살필 때 비로소 흙의 건강하고 씩씩한 숨결을 영원히 들을 수 있게 될 것이다.


- 최동로